신세희:“......” 그녀는 평온한 얼굴로 민정연을 보았다. “무슨 일인데요?” “지금까지 내가 속으로 숨기고 있던 비밀이 있었어. 아무도 알지 못 하는 비밀이지. 이 일은 임서아가 나한테만 알려줬거든. 내가 지금 이 비밀을 너한테 알려주는 대신에 조건이 있어, 이번엔 날 놔줘, 어때?” 민정연은 매우 간절한 눈빛으로 신세희에게 부탁했다. 신세희는 고개를 저었다. “민정연 씨, 당신은 다른 사람한테 돈을 빚졌잖아요, 이건 제가 못 도와줘요.” “넌 할 수 있어, 넌 분명 도울 수 있다고! 네가 원한다면, 넌 분명 날 도울 수 있어! 넌 소경 도련님의 아내잖아, 못 하는 게 없는 도련님의 아내잖아. 넌 분명 날 도울 수 있어. 이번에 날 도와주면 내가 이 비밀을 알려줄게, 어때?” 신세희:“......” 잠깐 멈칫하다가 그녀가 물었다. “뭐랑 관련된 건데요?” “네 엄마.” 민정연이 말했다. 신세희는 벙쪘다. 만약 다른 거였다면, 신세희는 분명 민정연이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하필 민정연이 언급한 건 그녀의 엄마였다. 신세희는 어떠한 일이여도 냉정한 판단력을 갖고 있었지만, 유독 자신의 엄마 문제에는 냉정해질 수 없었다. “말해요! 만약 당신이 우리 엄마의 행방을 안다면, 내가 평생 당신을 놓아줄 수 있어요!” 신세희는 생각하지도 않고 말했다. 민정연은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 “이리 와 봐, 딱 너한테만 말해줄게.” “그래요.” 그녀는 망설임없이 민정연에게 걸어갔다. 자신의 엄마의 행방을 알아내는 게 너무 급해서, 신세희는 민정연의 악독한 눈빛을 주의하지 못 했다. 그러나 신세희는 후각이 너무 예민해서, 그녀가 몸을 숙이고 귀를 가까이 민정연에게 다가가려고 할 때, 신세희는 민정연의 몸에서 코를 찌르는 향수냄새를 맡고 의식적으로 뒤로 몸을 뺐다. “죽어…” 이때, 신세희는 민정연이 손에서 꺼낸 작은 병을 보았고, 게다가 병 뚜껑은 이미 열렸고, 그녀는 신세희의 얼굴을 향해 뿌렸다. “조심
게다가 그녀는 엉덩이가 너무 아파서 더 신유리를 때릴 겨를이 없었다. 이렇게 보니 신유리는 지금까지 그녀를 봐주고 있던 거였다. 아이는 무섭게 폭발해서 연속으로 주먹을 내리 꽂았고, 민정연의 두 눈은 순식간에 팬더 눈이 되었다. 눈이 너무 까매져서 어디가 눈커풀이고 어디가 눈동자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이 장면은 그래도 흥미로웠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웃었다. 서준명도 웃었다. 그의 엄마는 뒤에서 훌쩍이고 있었고, 서준명은 고개를 돌려 엄마를 위로했다. “엄마, 제가 당장은 설명하기 힘든 일들이 많아요. 제가 계속 의심 가는 일이 하나 있거든요.” 서준명 엄마가 물었다. “무슨 의심?” 서준명은 정직하게 말했다. “엄마, 엄마는 제 이모랑 이모부를 다 잘 아시잖아요. 그럼, 엄마가 보셨을 땐 이모랑 이모부가 이렇게 막무가내이고, 악랄한 사람들이었나요?” 서준명의 엄마는 고개를 저었다. 서준명은 한숨을 내쉬었다. 서준명의 엄마는 문득 무언가 떠올랐다. “설마, 정연이가…” 서준명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증거가 부족하니, 말하지 마세요.”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이때, 민정연이 갑자기 소리쳤다. “이모, 저 좀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이모…” 서준명 엄마:“......” 서준명은 엄마를 막아서고, 직접 민정연 앞으로 걸어갔다. “정연아! 널 구해줄 수 있었을 땐, 난 사촌 오빠로써 몇 번이나 널 구했어. 3개월 전, 세희씨를 해치던 그때, 넌 거의 죽을 목숨이었지만, 소경 도련님이 널 한 번 살려주셨지. 일주일 전, 넌 똑같이 염산을 들고, 회사 문 앞에서 동생 정아 씨한테 뿌리려고 기다리고 있다가, 실수로 서준이 팔에 뿌렸잖아. 지금까지 서준이 팔에는 상처가 나 있어. 넌 서준이가 너 같은 여자랑 결혼할 거 같아? 너 정말 황당하구나! 넌 벌써 경찰에 잡혀갔고, 길에서 사람을 해치는 건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었는데, 왜 24시간만에 나온 줄 알아? 내가 서준이한테 너한테
“민정연이 잘못이 있긴 하지만, 걔가 한가지는 맞는 말을 했지.” 서씨 집안어르신은 날카롭게 신세희를 보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 “이 여자,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여자가 아니었어!” “저는 어르신이 이 말하신 거 꼭 후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어르신은 평생 공부를 괜히 하셨네요! 지금까지의 집안 관습이 우수한 것도 다 연기하신 거잖아요! 다 연기고! 거짓됐고!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명예를 얻으려고 하셨죠! 저는 이제야, 따님이 왜 가출을 했는지 이해가 가네요. 왜냐면 그 분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명예를 얻으려는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가 되기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을 테니까요. 어르신은 어울리지 않아요. 참 노인네가 명도 기시네요!” 신세희는 서씨 집안 어르신을 욕하면서 얼굴엔 눈물이 가득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운 적이 거의 없었고, 운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순간, 그녀는 매우 서럽게 울었다. 왜 우냐고? 눈 앞에 이 노인네가 자신을 계속해서 모함해서일까? 아니면 엄마 때문인가? 엄마는 이번생에 너무 많은 고생을 했었다. 신세희가 눈 앞에 이 노인네를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고생을 했다. 그녀는 그저 이 노인네가 빨리 죽길 바랐다.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 엄마가 우는 걸 보자, 신유리도 울면서 서씨 집안 어르신을 봤고, 이번에 그녀는 사람을 때리지 않고 슬프게 서씨 집안 어르신에게 말했다. “할아버지, 난 정말 왜 우리 엄마한테 매번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 우리 엄마가 대체 뭘 잘못했다고 그래? 왜 자꾸 사람을 괴롭히는 거야? 우리 선생님이 그랬는데, 사람을 괴롭히는 건 착한사람이 아니라고 했어. 할아버지가 늙었다고 해서 사람을 괴롭히는 거야? 괜찮아, 내가 나중에 크면 우리 엄마를 대신해서 꼭 복수할 거야, 두고봐!” 그리고 아이는 자신의 엄마 앞에 서서, 엄마 앞을 막아주며 두려움 없이 서씨 집안 어르신을 보았다. 서씨 집안 어르
“가까이 오지 마, 싫어! 흥! 영원히 싫어할 거야! 보기만 해도 구역질 나!” 아이는 화가 가득해서 서 씨 집안 어르신을 향해 소리쳤다. 서 씨 어르신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눈앞에 이 아이는 자기 외손녀의 원수의 딸이었다. 어떻게 이런 아이한테 자애로울 수 있을까. 어르신은 고개를 들어 부소경을 바라보며 여전히 차가운 말투로 말을 했다. “소경아, 너도 보다시피 아이가 저런 여자 옆에 있으니 나쁘게 물들지 않냐. 우리 외손녀한테 했던 짓만 봐도 어떻게 내가 널 지지할 수 있겠니? 내가 지금 우리 외손녀를 지킬 유일한 방법은 가성섬을 지키는 것이다. 네가 침입하는 걸 막을거야.” 신세희는 이 말을 듣자 눈물을 쏟아냈다. “당신은 당신 외손녀와 똑같네요! 일말의 양심도 없으시군요!” 어르신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난 한평생 부끄러운 짓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우리 외손녀를 위해서라면 뭔들 못하겠니.” 부소경은 신세희를 품에 안고 밖으로 나갔다. “넌 날 이길 수 없다 소경아.” 어르신이 부소경 등 뒤에 대고 외쳤다. “구씨 집안 세력을 적어도 반은 끌어올 거다. 구경민 한 사람의 도움만으론 넌 승산이 없어.” 부소경은 차가운 미소를 지은 채 어르신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품속의 아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을 뿐이다. 그가 오늘 여기에 온 것은 서 씨 어르신의 초대 때문이 아니었다. 서준명과 구서준의 초대, 그리고 아내의 명령으로 가련한 민정아를 보호하러 온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민정연은 쫓겨났고 민정아도 구서준이 보호하고 있으니 부소경은 다시 여기로 올 이유가 없었다. 그는 아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부소경!” 어르신은 처절한 목소리로 불렀다. 부소경은 잠깐 멈칫했으나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다. “내가 널 보살펴줬던 건 다 까맣게 잊은 거니?” 어르신은 이제 옛일을 들먹이기 시작했다. 부소경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다 기억하고 있죠. 그러니까 어르신, 어르신이 저를 어떻게
부소경은 벌떡 일어났다. “무슨 일이지?” “대표님, 드디어 알아냈습니다.” 엄선우는 원래 노숙자라고 말하려 했으나 얼른 말을 고쳤다. “어머님의 현재 거주지를 알아냈습니다.” “뭐?” 부소경은 깜짝 놀랐다. 품 안에 있던 신세희가 물었다. “왜 그래요, 회사 일이에요? 바쁜데 제가 괜히 서 씨네 집까지 같이 가자고 한거 아니에요?” 그녀는 안쓰러운 눈길로 남편을 쳐다봤다. 부소경은 고개를 저었다. “나가서 일 좀 처리하고 올게.” “네, 너무 무리하지 말고요.” “푹 자, 내일 아침이면 깜짝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피곤해하던 신세희의 목소리가 조금 격양됐다.“정말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잘 자.” “네.” 그녀는 정말 피곤했다. 어제는 온 하루 민정아를 위로해 주느라 일을 마무리하지 못해서 새벽 세시까지 밤을 새웠다. 오늘 오전에도 일을 하다가 오후에 민정아와 함께 서가네 집에 가느라 지금까지 제대로 쉬지 못했다. 심지어 서 씨 어르신과 한바탕 싸우기까지 했으니... 이제 화가 풀리니 몸이 유달리 피곤했다. 부소경이 떠난 후 신세희는 바로 잠에 들었다. 그녀는 남편이 뭘 하러 갔는지 알 수 없었다. 부소경은 계단 입구에 주차되여있는 차를 타고 신속히 엄선우가 말한 곳으로 갔다. 부소경의 거처와 7,8킬로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낡은 아파트가 있는 곳이라 골목이 비교적 많았다. 엄선우가 말한 곳은 공중 화장실 뒤쪽이었다. 엄선우가 찾지 않았더라면 이 골목 끝의 공중 화장실 뒤쪽에 작은 오두막이 있는 건 죽어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두막은 매우 작아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부소경은 오두막과 멀지 않은 곳에 차를 세웠다. 엄선우가 조심스레 부소경에게로 다가왔다. “대표님, 이번엔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 제가 집안에 들어가는 것까진 똑똑히 봤는데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면 지금...” 부소경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냥 푹 자게 내버려 둬. 우린 여기서 기다
“그럴 리가 없어요. 제가 분명 들어가시는 걸 봤는데요!” 엄선우는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생각했다. 부소경은 고개를 저었다. “간밤에 우리가 잠깐 졸고 있을 때 도망쳤을 수도 있어. 분명 우리를 일부러 피하는 걸 거야. 우리한테 들키기 싫은 거라면 우리가 이렇게 요란하게 왔는데 도망칠 수밖에 없지.” 그의 목소리에 실망감이 역력했다. 신세희에게 깜짝 선물이 있다고 큰소리치고 왔는데 오늘 아침에는 이 선물을 주지 못하게 돼버렸다. “한 사람만 남아서 여기를 지키게 하고 나머지는 모두 철수해.” 부소경은 무표정으로 말했다. “네, 대표님.” 엄선우는 머쓱해났다. 대표님이 많이 온화해졌기에 망정이지 예전 같았으면 부소경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엄선우는 이미 죽을 각오까지 마쳤을 것이다. 엄선우는 부하 한 명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머지 부하들을 철수시킨 후 홀로 차를 몰고 골목을 지나 밖으로 나갔다. 골목이 매우 좁았기에 엄선우는 차를 빨리 몰지 않았다. 골목을 막 벗어날 무렵 앞에 차 한 대가 그를 가로막았다. 엄선우는 이 차가 매우 낯익었다. 요즘따라 삼촌과 숙모네 집에서 자주 보던 차 같았다. “대표님, 앞에 서대표님 차량이 있는데요, 그분이 왜 여기 계실까요?” 엄선우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말했다. 말을 마치고 그는 차를 세운 후 부소경에게 말했다. “대표님, 제가 한번 가볼까요?” 부소경은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엄선우는 앞으로 몇 발자국 걸어가 서준명이 허름한 자택에서 나오는 걸 목격했다. “서 대표님.” 엄선우가 불렀다. “엄 비서, 그쪽이 왜 여기 있지?” 서준명은 매우 놀랐다. 엄선우는 대충 둘러댔다. “부 대표님께서 이쪽 땅을 알아보고 싶어 하셔서 제가 차를 몰고 한번 둘러보러 왔습니다.” 서준명은 그제야 차 뒤에 앉아있는 부소경을 보았다. 그는 예의를 갖추며 부소경에게로 다가갔다. “소경이 형.” 부소경은 여전히 무표정인 얼굴로 물었다. “여기에 친척이라도 있는 건가
“무슨 선물인데요?” 신세희는 잠결에 배시시 웃었다. 그녀는 무슨 선물인지 정말 감이 잡히지 않았다. 부소경은 차가운 사람이었기에 여자를 어떻게 달래는지 잘 몰랐다. 그래서 신세희는 그가 어떤 선물을 준비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때 등 뒤에 감춰두었던 그의 손이 눈앞에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꽃다발이 들려져 있었다. 꽃집에서 파는 잘 다듬어진 장미꽃이 아닌 여러 종류의 야생화가 섞여진 꽃다발이었다. 신세희는 깜짝 놀랐다. “여보, 이게...” 그녀는 식물 키우기를 좋아했으나 한 번도 부소경에게 얘기한 적이 없었다. “이른 아침에 이걸 꺾으러 다녀온 거예요?” 신세희가 물었으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얼른 일어나서 꽃꽂이 해야지. 주인이 이렇게 게을러서야 쓰나.” “네! 얼른 가서 꽃꽂이 해야겠어요!” 비록 그가 가져온 꽃들은 꽃꽂이 하기에는 색갈이 조화롭지 못했으나 신세희는 매우 기뻤다. 이른 아침부터 꽃다발 때문에 기분이 업된 그녀는 콧노래까지 부르며 이미 어제 서 씨 어르신과 다툰 일은 까마득히 잊은 듯했다. 부소경의 집은 매우 컸기에 또 그만큼 쓸쓸했다. 하지만 반년 사이 신세희와 유리가 이 집에 적지 않은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특히 집에 화분이나 꽃이 점점 많아졌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야생화를 식탁에 올리기는 처음이었다 “엄마, 이 꽃들 하나도 안 예뻐.” 유리는 꽃을 보고 처음에는 놀라 했으나 바로 안 이쁘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조합이 어수선하긴 했다. “안 예뻐? 근데 엄마는 너무 예뻐 보이는걸? 내가 본 것 중에 최고로 예쁜 꽃이야. 엄만 너무 좋아.” “휴...” 유리는 한숨을 쉬었다. “엄마 이렇게 못생긴 꽃들을 직접 꺾은 거야?” 신세희의 얼굴에는 감추지 못하는 기쁨이 어려있었다. “아빠가 이른 아침에 꺾어서 엄마한테 선물해 준 거야.” 유리는 드디어 엄마가 왜 이렇게 기뻐하는지, 집에 어쩌다 이렇게 못생긴 꽃이 놓이게 됐는지 알게 되였다. 아빠가 선물해 준 거였구나..
민정아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세희 씨 어디야?” “나 집에 있어, 정아 씨는 좀 어때? 어디야?” 민정아는 옆자리의 구서준을 보고 얼굴이 붉어졌다. “갈 곳이 없어서 서준 씨 집에서 지내고 있어. 세희 씨, 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뭔데?” “나... 우리 엄마, 아빠...” “절대 용서하면 안돼! 감옥에 처넣지 않은 것만 해도 충분히 관대한 거야.” 신세희는 바로 말했다. “응, 알았어 세희 씨. 지금 바로 내쫓을게.” “어? 혹시 그분들이...” “서준 씨네 별장 입구에 있어.” 민정아는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날 20 몇 년 동안 키워주신 분들이지만 날 아낀다는 건 느끼지 못했어. 근데 지금 언니 때문에 별장 앞까지 찾아와서 나한테 사정하네. 세희 씨, 저분들 돌려보낸 다음에 다시 전화할게.” “그래.” 전화를 끊고 민정아는 대문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슬픈 표정으로 부모님을 바라봤다. “무슨 일이시죠?” “정아야, 넌 우리 딸이잖아!”정아 어머니는 울면서 말했다. 민정아는 쓸쓸하게 웃었다. “죄송한데요, 제가 민씨 성을 따른다고 해서 당신들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바로 가서 성을 바꿀게요. 참, 이름도 그쪽에서 지어준 거구나. 이참에 이름도 바꿀게요. 그럼 이제 저한텐 부모가 없는 거나 다름없죠? 앞으로 제 성은 이 씨고 이름은 윤이예요. 이윤이라고 불러주세요. 민정아라는 이름이 아니라.” 어머니는 민정아의 팔을 붙잡았다. “정아야, 어쩜 이렇게 매정할 수 있니.” 민정아는 화가 나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제가 매정하다고요?” “아줌마 두 달 전, 전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쪽이 제 휴대폰 정지시키고 한 푼도 없이 절 내쫓았잖아요. 절 내쫓으실 때 당신들은 매정하지 않았나요?” “그땐 그냥... 화가 나서 그랬던 거야. 엄마 아빠가 자기 자식이랑 무슨 원한이 있겠니. 내쫓았어도 넌 여전히 우리 자식